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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

사람이 늘어날 때, 꼭 피해야 하는 한 가지

2026. 8. 22

사람이 늘어날 때, 꼭 피해야 하는 한 가지

조직에 점점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가장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회의’와 ‘미팅’입니다.

그래서 캘린더에 미팅 일정은 꽉 차 있는데, 동시에 또 정반대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서로 소통이 부족한 것 같아요.”

“팀 간에 정보 공유가 잘 안 돼요.”

“분명히 전달했는데 다르게 이해했더라고요.”

슬랙 채널이 늘어나고, 공지 횟수를 늘리고, 주간 보고와 정기 미팅을 만듭니다. 중요한 내용이 누락될까 봐 더 많은 사람을 참조에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소통을 늘렸는데도 대표와 리더는 같은 내용을 계속 설명해야 하고, 구성원들은 확인해야 할 메시지가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회의에서 합의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문제는 정보의 양이 부족하거나 전달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소통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소통, 사전적 정의의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의 상태로 만드는 것을 사실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섯 명일 때 통하던 방식이 스무 명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유

조직이 작을 때는 짧게 말해도 뜻이 잘 전달됩니다.

대표와 구성원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대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굳이 문서로 정리하지 않아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늘어나면 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맥락’이 옅어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 5명 사이에서 가능한 일대일 관계는 10개지만, 20명이 되면 190개로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정보가 이동해야 하는 경로와 조율해야 할 관계가 빠르게 복잡해진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사람은 늘었지만, 정작 ‘협업 관계’는 더 옅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니퍼 뮐러의 연구에서는 팀이 커질수록 구성원이 동료에게서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느끼는 ‘관계적 손실(relational loss)’이 나타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연구는 큰 팀에서 개인의 성과가 낮아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는데요, 사람이 늘어난다고 정보와 지원이 저절로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Mueller, 2012)

소통의 양이 늘면, 정말 오해도 늘어날까요?

그렇다고 소통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오해가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공유된 맥락과 판단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메시지의 양만 늘어날 때입니다. 전달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서로 다르게 해석할 기회도 많아지고, 정작 중요한 정보는 수많은 메시지 속에 묻힐 수 있습니다.

특히 텍스트 중심의 업무 환경에서는 발신자가 자신의 의도가 얼마나 잘 전달됐는지 과대평가하기 쉽습니다.

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알림이 늘어나면 또 다른 비용도 발생합니다. 글로리아 마크와 동료들의 실험에서 업무 중 반복적으로 방해받은 사람들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했지만, 더 높은 스트레스와 좌절감, 시간 압박과 노력을 경험했습니다. 슬랙에서 이어지는 끊임없는 소통 요청은 겉으로 보이는 업무 속도를 유지하게 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구성원의 인지적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Mark, Gudith & Klocke, 2008)

결론적으로, 핵심적인 문제는 말의 양이 아니라 맥락 없이 흘러다니는 말의 양입니다.

그럼 소통을 늘리기 전에, 무엇을 점검하면 좋을까요?

1. ‘이거 분명히 이야기한 거 같은데?’ 그렇다면, 반복되는 질문의 종류를 구분합니다

같은 질문이 계속 올라온다면 구성원의 의지나 소통 태도부터 의심하기보다 질문이 반복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가 없어서인지, 역할이 불분명해서인지, 의사결정 권한이 없어서인지, 우선순위 기준이 모호해서인지에 따라 해결책은 달라집니다. 역할의 문제를 회의로 해결하려 하면 회의만 남습니다.

2. ‘왜-무엇을-어떻게’ 순서로 결론과 함께 판단의 배경을 남깁니다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만 공유하면 구성원은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는지, 어떤 대안을 포기했는지를 함께 남겨야 합니다. 결정의 배경이 쌓이면 구성원은 조직이 판단하는 방식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3. 어질러진 공간을 청소합니다. 공지·논의·기록의 공간을 구분합니다

하나의 메신저에서 공지와 아이디어, 잡담과 최종 결정이 모두 오가면 중요한 정보의 위치를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어디에서 논의하고, 어디에 최종 결정을 남기며, 정책과 기준은 어디에서 확인하는지 정해야 합니다. 업무별, 역할별, 주제별, 대상자별 채널을 구분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조직의 아카이브나 채널별 공간의 용도와 목적에 대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놓으면 좋습니다.

4. 반복되는 설명을 조직의 기준으로 바꿉니다

대표나 리더가 같은 내용을 세 번 이상 설명하고 있다면 개인의 설명 능력보다 조직의 구조를 점검해볼 시점입니다.

업무 우선순위, 역할과 권한, 의사결정 원칙, 좋은 결과물의 기준처럼 반복되는 내용을 문서와 사례로 남기거나 지속적으로 타운홀 등의 공동의 장을 통해 인지해야 합니다. 한 가지 강조할 것은, 문서의 목적은 구성원을 통제하거나 질타하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매번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게 돕는 장치로서 활용해야 합니다.

5. ‘공지했어요’ 행동 전달 여부보다 해석 결과를 확인합니다

“공지했나요?”보다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이해했나요?”입니다. 공지는 각자의 맥락과 상황에 따라 꼼꼼히 읽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읽었다고 생각하고 기억에 남지 않고 스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부주의함이라기보다 각자의 업무 맥락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입니다.

중요한 결정이라면 상대가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말로 다시 설명해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석이 엇갈렸다면 사람을 탓하기 전에 어떤 맥락이나 기준이 빠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계속 왜-무엇을-어떻게가 잘 전달되도록 ‘목적’과 ‘목표’를 지속적으로 공유합니다.

소통은 단연코 양보다 질

사람이 늘어날수록 대화와 연결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려면 충분한 대화와 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회의와 메시지의 양이 곧 소통의 질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회의가 곧 더 나은, 더 빠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요.

잘 통하는 조직은 모든 사람이 모든 대화에 참여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누가 결정하는지 이해하며, 대표가 자리에 없어도 조직의 방향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조직입니다. ‘우리 회사라면, 이렇게 판단할 거야’ 라는 공통된 생각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혹시 요즘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면 설명이 부족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소통을 한 번 더 늘리기 전에 먼저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말 대화일까요?

아니면 같은 말을 비슷한 의미로 이해하게 해주는 공통의 기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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