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제도 제미나이한테 팀원이랑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퇴근길 내내 상담했잖아.”
얼마 전, 가까운 리더 분과 대화하던 중 사람 관련 고민의 대부분을 AI와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대치 조정, 동기부여, 업무 갈등 해소까지... 사람과 관련된 이슈는 가장 빈번하면서도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에, 언제든 부담없이 물어볼 수 있는 AI가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AI의 조언은 임시 방편이 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내 '사람' 고민은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대부분 복잡하고 미묘한 조직 역동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정이 동반된 어려운 대화일수록 단순한 '문제 해결'에만 집착하면 관계는 더욱 어긋나기 쉽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무의식 수준에서도 간파합니다.)
AI를 발판삼아 어떻게 사람 이슈를 접근하면 좋을까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시스템'으로 접근하기
조직 내 HR 이슈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이것이 '특정 개인의 상황'인지 아니면 '조직 관점의 시스템 문제'인지입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특정 개인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정비가 본질적인 해결 방안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로 한번 들어볼까요?
“구성원과 큰 마찰 없이 연봉 협상을 잘 끝내고 싶습니다.”
이 고민을 하던 대표님은 어쩌면 ‘방어 가능한 대화 기술’이 궁금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실제 대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 ·“기존의 연봉 협상은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셨나요?”
- ·“연봉 외의 외재적 보상, 내재적 보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구성원이 기대하는 보상 체계와 그에 따란 역할, 책임 인식은 얼마나 일치하나요?”
- ·“연봉에 따른 명확한 역할 기대와 개인별 목표는 세워본 적이 있나요?”
- ·“당장의 재무적인 기여도와 무관하게 꼭 잡아야하는 핵심인재는 누군인가요?”
등등 이 문제를 ‘동기부여’와 ‘기대감 관리’ 관점으로 기준을 세우려면 연결된 많은 질문과 의견으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이 논의는 ‘OKR 세팅’이라는 새로운 과업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예시이지만, ‘연봉 협상’만 놓고 봐도 단순한 대화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가 구성원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성장을 약속하는지에 대한 '조직의 철학'이 담겨야 하는 과정이고, 당장 올 해가 아닌 내년, 내후년을 상상하며 정립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HR에는 정답지가 없습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더 큰 동기부여로 더 많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공식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HR에 정답지가 없는 이유는 인간은 너무나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연봉 협상을 예시로 들었으니 이어가 보겠습니다. 회사나 조직에서 동기부여를 위해 가장 흔히 쓰는 방법, 바로 '금전적 보상'입니다. 돈을 주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것 같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상식처럼 통하니까요.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71년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 교수의 ‘소마 퍼즐(Soma Puzzle) 실험’이 대표적입니다.[1]
이 실험은 외적 보상이 인간의 자발적인 내재적 동기를 어떻게 저해하는지 보여줍니다. 원래 즐겁게 하던 일에 금전적 보상이 개입되면, 뇌는 이를 ‘재미있는 활동’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노동’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상이 사라졌을 때 해당 행동에 대한 흥미와 자발적 몰입이 오히려 급격히 감소하는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가 나타납니다. 창의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고차원적 업무일수록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지속적인 동기부여로 이어지기 어렵고, 때로는 역효과를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동기부여를 원한다면 금전적 보상 이전에,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의미), 그리고 스스로 주도해서 할 수 있는 환경(자율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이고, 당연히 간단하게만들어지는 과정은 아닙니다.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HR 접근 방식 역시도 완전히 다릅니다.
이제 막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시작한 초기 조직과, 매출이 발생하며 역할 분업이 필요한 성장 국면의 조직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 오히려 팀워크를 해칠 수 있습니다. 개인별 기여도를 잘 측정해야 하는 때와 기여도를 측정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때를 구분하면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마다 존재하는 결, 맥락, 역사, 경험을 촘촘하게 엮어야만 보다 본질적인 방안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조직의 결을 이해하는 진짜 HR 파트너, 비유
비유가 각 조직의 HR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한 매뉴얼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조직의 현재를 진단하며, 실행까지 동행하는 '진짜 파트너'가 되어야만, 이 일관성이고 연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AI에게 묻고 있는 그 고민을 비유와 함께 나누어보세요. 비유와 함께 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어떤 상담이든 논의를 통해 다른 관점과 아이디어로 확장해보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저희는 믿습니다.
[핵심 요약]
- ·조직 시스템과 철학 중심의 접근: 조직 내 사람 관련 이슈는 단순한 개인의 대화 기술 문제가 아닌, 조직의 시스템과 철학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 ·내재적 동기부여의 중요성: 외적 보상 뿐만 아니라 고차원적 업무의 장기적인 동기부여를 위해서 내재적 보상안도 중요하다는 고민을 병행해야 합니다.
- ·조직 맥락에 맞는 파트너십: HR은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조직의 맥락과 결을 깊이 이해하는 파트너와 함께 본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실험 내용은 이렇습니다.
1971년, 로체스터 대학교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 도구는 당시 큰 인기를 끌던 3차원 입체 블록인 '소마 퍼즐'이었습니다. 퍼즐 자체 모양이 워낙 재밌어서 그냥 놔둬도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맞추는 장난감이었다고 합니다.
데시 교수는 대학생 참가자들을 A 그룹과 B 그룹으로 나누고 3일 동안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 ·1일차: 두 그룹 모두 아무런 보상 없이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둘 다 퍼즐 자체를 즐겼습니다.)
- ·2일차: A 그룹에게만 반전을 줬습니다. "퍼즐을 하나 맞출 때마다 1달러씩 줄게"라며 돈을 지급한 것이죠. B 그룹은 여전히 보상이 없었습니다.
- ·3일차: 다시 두 그룹 모두에게 돈을 주지 않고 보상 없이 퍼즐을 풀게 했습니다.
진짜 실험은 '방치된 8분' 동안 일어났습니다.
데시 교수는 실험 도중 "잠시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올 테니 자유롭게 기다리라"며 8분간 자리를 비웠습니다. 방 안에는 소마 퍼즐도 있었고, 타임지나 뉴요커 같은 최신 잡지들도 놓여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비밀 거울(One-way mirror)을 통해 "교수가 없는 자유 시간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퍼즐을 계속 가지고 노는지"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 ·돈을 받지 않았던 B 그룹: 3일 내내 교수가 자리를 비워도 여전히 퍼즐이 재밌어서 자발적으로 퍼즐을 맞추며 놀았습니다.
- ·2일차에 돈을 받았던 A 그룹: 3일차에 "이제 돈 안 준다"고 하자, 퍼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잡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발적으로 퍼즐을 만지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바로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원래 A 그룹 학생들에게 퍼즐은 "재미있어서 하는 놀이(내재적 동기)"였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1달러라는 "돈(외적 보상)"이 개입되면서, 뇌 속의 목적이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재미있어서 하던 일'이 순식간에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노동'으로 둔갑한 것이죠. 외적 보상이 인간의 순수한 내재적 동기를 저해했다는 실험입니다. 그래서 창의성이 필요하고, 스스로 몰입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업무일수록 단순히 "돈 더 줄 테니 해라" 식의 보상은 지속성도 짧고,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