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소통

분명히 말한 것 같은데 “처음 듣는데요?”가 반복된다면

2026. 9. 15

폭발한 챌린저호, 진짜 문제는 소통이었다?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분해됐고, 탑승한 승무원 7명이 모두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고 이후 NASA는 유인 우주왕복선 운행을 약 2년 8개월 동안 중단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밝혀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고체연료 로켓 부스터 연결부의 고무 밀봉장치인 O-ring이 저온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기계 결함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조사위원회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부품 결함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오늘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출처: https://namu.wiki/w/STS-51-L
출처: https://namu.wiki/w/STS-51-L

사고 전 날, 무슨 일이 있었나

사고 전부터 NASA와 부품 제조사인 Morton Thiokol의 엔지니어들은 O-ring이 반복적으로 손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1985년 1월의 발사에서는 당시 가장 낮은 온도인 53°F에서 O-ring 손상이 크게 나타났고, 이후 실험에서도 온도가 낮을수록 O-ring의 복원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챌린저호 발사 전날 밤, 기온이 크게 떨어지자 Morton Thiokol의 엔지니어들은 긴급회의에서 O-ring 온도가 이전 최저 기록인 53°F보다 낮다면 발사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엔지니어링 부문 책임자 역시 처음에는 발사를 권고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NASA 측은 이 권고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53°F라는 기준이 충분히 검증된 공식 기준인지, 더 낮은 온도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시험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발사를 연기하면 일정과 운영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Morton Thiokol 측은 NASA와 분리된 내부회의를 진행했고, 회사 경영진은 처음의 ‘발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바꾸어 발사를 승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도 여러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저온에서의 발사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최종 발사 결정을 내리는 NASA의 주요 책임자들이 Morton Thiokol 엔지니어들이 처음에 발사 반대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문제를 알고 있던 사람도 있었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관련 데이터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보는 조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같은 의미와 무게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30주년, Morton Thiokol의 인터뷰 관련 기사, 출처: 한겨례 신문
사고 30주년, Morton Thiokol의 인터뷰 관련 기사, 출처: 한겨례 신문

미국 로저스위원회는 이후 챌린저호 사고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불완전하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보가 사용됐으며 내부의 안전 문제가 핵심 관리자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조직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를 위로 전달하기보다 내부적으로 축소하거나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조: NASA 로저스위원회 보고서)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 조직에서도, 정보가 조직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이 무너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비극적인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우리 조직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일상의 “처음 듣는데요”가 소통의 부채가 되는 순간

“저는 분명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것 같은데, 담당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분명히 여러 번 말한 것 같은데, 구성원들이 자주 ‘처음 듣는다’고 이야기해요.”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 리더마다 각자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직에서 대표나 구성원이 이런 현상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면, 이미 보이지 않는 소통의 부채가 조금씩 쌓이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한두 번의 누락이나 오해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의 운영 방식이 됩니다.

이런 경험이 오래 누적된 뒤에야 “이제 바로잡아야겠다!”고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이미 구성원들은 새로운 공지나 액션을 또 하나의 일회성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조직 안에 정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쌓이면, 좋은 제도와 메시지를 만들어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사실 비유 팀도 겪는 일입니다

비유 팀도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올 연말까지의 OKR을 재정비하는 회의 중, 제가 부탁했다고 ‘생각한’ 몇 가지 액션의 진행이 더딘 상황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저는 팀이 제가 중요하다고 말한 일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실행이 더디게 진행된다고 생각했고, 그 답답함은 다소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호소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몇몇 팀원들의 대화가 제 착각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루나가 평소에 슬랙에 여러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하다 보니, 지난번 메시지가 아이디어 공유인지, 실행해달라는 건지, 검토만 하면 되는 건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부 팔로우업하고 있지는 않고 스스로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것만 하고있어요. 배경과 목적을 조금 더 분명하게 공유해주면 얼마든지 검토하고 실행할 수 있죠!”
“지난번에 공유해주신 프랙티스가 우리 비즈니스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슬랙으로 의견을 드리면 혹시 오해가 생길까 봐 미팅 때 이야기 나누려고 했어요. 업데이트된 내용을 같이 한번 볼까요?”

아차 싶었습니다. 100% 맞는 말이었습니다.

제 안의 조급함과 불안감 때문에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바쁘다는 이유’로 배경과 목적, 기대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제 머릿 속에서만 중요한 요청이었고, 팀원들에게는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충분히 보일 수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실행 속도가 더딘 것이 아니라, 제가 무엇을 왜 요청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은 데 있었습니다. 아니, 더 본질적으로는 제 조급함과 불안감이 프레임을 만들어 낸 것이었죠. 소통의 미숙함은 ‘자신의 프레임’에 갇힐 때 더 드러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로의 오해를 다시 소통으로 풀어갈 수 있는 신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언제나 이처럼 안전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통의 부채가 자주 쌓이는 조직이라면, 언제든 사람·사업·제품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세 가지를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회의는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남지 않는다

미팅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회의가 끝난 뒤 “그래서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가 남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적과 목표, 마감기한, 담당자와 역할, 다음 액션이 분명하지 않으면 회의는 정보 교환에 그치고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대표나 리더는 회의 중 강조한 말 자체를 중요한 요청으로 기억하지만, 구성원은 여러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회의 전후에 결정사항과 액션리스트를 짧게라도 메세지나 문서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 정보는 공유됐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은 모른다

타운홀을 한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메세지를 인식하지 않습니다.

즉,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한다고 해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가 누구에게 필요한지, 그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지, 실제 업무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까지 연결되는 것입니다.

대표와 리더 사이에서만 공유된 결정이 실무 담당자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특정 채널의 대화가 공식적인 결정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보의 종류에 따라 공유 대상과 채널, 기록 위치를 정해두지 않으면 조직은 사람의 기억과 전달 능력에 의존하게 됩니다.


3. “무엇이 중한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대표에게는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구성원에게는 당장 마감이 있는 업무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어도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면, 각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라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목표를 우선해야 하는지, 결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까지 함께 공유되어야 합니다.

목표의 문구보다 목표를 둘러싼 판단 기준이 조직 안에 공유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좋은 소통은 원래 난이도 ‘최상’의 과업

소통에서 오해가 전혀 없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경험과 편향, 관심사와 인식 기준을 가지고 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서도 좋은 소통은 계속해서 노력을 요구합니다.

다만 1:1 관계가 아닌 조직에서는 소통의 시행착오가 반복될수록 그 비용이 훨씬 커집니다. 누락된 정보는 재작업과 지연으로 이어지고, 서로 다른 기준은 갈등과 불신으로 이어지며, 대표가 매번 직접 설명해야 하는 구조는 조직의 성장 속도를 늦춥니다.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조직의 운영 방식과 구조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입니다.

비유는 서로의 메시지가 더 정확하게 이해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조직의 소통과 운영체계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People OS 파트너로 함께 합니다.

구성원의 상태를 상시로 확인하고 싶으신가요?
비유가 만든 HR SaaS

블루밍고 살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