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덜컹거리게 하는 그 말이 들려올 때
“대표님, 혹시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리더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마음부터 덜컹합니다. 경험상 보통 이 이야기는 ‘퇴직 의사’를 밝히는 면담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갑자기 퇴사할 줄 몰랐어요.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성장기 조직의 대표와 리더를 만나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어렵게 채용하고 정착시킨 인재를 떠나보내는 건 경제적으로도 약 4,000~ 7,000만원의 손실일 뿐 아니라, 핵심 인재의 퇴사라면 조직 분위기와 몰입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비단 남은 구성원의 업무가 버거워지거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것을 넘어, 남은 구성원의 마음도 흔들리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막상 퇴사 통보를 받고 나면 조직은 뒤늦게 묻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걸까?’
’왜 눈치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까?’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조직이 만들어주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리더에게는 퇴사 통보는 갑작스럽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마지막 장면을 처음 발견했을 뿐, 구성원의 마음속에서는 오래전부터 질문과 고민이 이어지고 있었을 겁니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놓치는 신호도 많아집니다
10명 미만일 때는 대표가 구성원의 업무와 상황을 그래도 가까이서 살필 수 있지만, 조직이 10명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모든 구성원과 충분히 대화하기 어려워집니다. 팀과 역할이 늘고, 결정과 정보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전달되니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던 문제가 오해나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비유가 만나는 10~40명 규모의 성장기 조직에서는 대부분 전담 HR 담당자가 없거나, 대표와 리더가 인사와 조직 운영을 함께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채용과 고객 대응, 사업 운영을 해내는 사이 구성원의 변화는 뒤늦게 발견되거나, 시그널을 못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퇴사 고민은 꼭 “그만두고 싶다”는 말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조직에 대한 신뢰감 부족, 역할에 대한 혼란, 반복되는 협업 이슈, 성장 기회에 대한 아쉬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느낌처럼 일상적인 경험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언제 퇴사할 것 같은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을 제때 듣고 조직이 바꿀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 초점이 되어야 합니다.
퇴사를 막으려 하기 전에, 무엇이 어려운지 들어야 합니다
구성원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고 물으면 “네, 괜찮아요”라는 형식적인 답변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업무와 조직 경험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대화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질문 뒤에는 답을 충분히 듣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구성원이 문제나 이슈를 꺼냈을 때 바로 해명하거나 해결책부터 제시하면, 다음에는 더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이 업무와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들은 내용을 실제 변화로 연결해야 합니다. 역할을 다시 정리할지, 업무량을 조정할지, 리더와의 소통 방식을 바꿀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당장 개선하기 어려운 과업들을 장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당연히 구성원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어려운지 설명하고 후속 대화를 약속하는 것이 ‘신뢰’를 만드는 초석이죠.
뿐만 아니라 퇴사를 고민하는 구성원을 만났을 때 목표가 반드시 잔류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화를 통해 구성원이 자신의 상황을 정리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면, 조직은 중요한 대화를 제때 시작한 것으로도 의미를 가집니다.
대화를 리더 개인의 감각에만 맡기지 마세요
구성원과의 대화를 리더의 성향이나 여유에만 맡기면 팀마다 경험이 달라집니다. 어떤 팀에서는 작은 어려움도 일찍 공유되지만, 다른 팀에서는 문제가 쌓인 뒤에야 면담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조직이 성장하는 시기에는 대화를 반복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업무 경험을 확인하세요.
1:1 미팅이나 짧은 체크인을 마련하고, 업무 진행 상황만 확인하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구성원의 부담과 협업 경험도 함께 살펴봅니다.
의견을 들은 뒤의 절차를 정하세요.
누가 내용을 확인하고, 무엇을 언제까지 검토하며, 구성원에게 어떻게 답할지 정해서 팔로우업 해야 합니다. 의견을 듣고도 아무런 설명이나 변화가 없다면 대화는 신뢰를 쌓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어려움과 반복되는 조직 문제를 구분해서 다룹니다.
여러 구성원이 비슷한 업무 부담이나 역할 혼란을 말한다면, 개인의 적응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채용·역할·의사결정·평가와 보상 등 운영 기준을 점검해야 할 신호일 수 있습니다.
퇴사 통보 전에, 조직이 시작할 수 있는 대화
퇴사를 고민하는 모든 구성원을 붙잡을 수는 없고, 그것이 언제나 가장 좋은 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구성원이 고민을 말할 기회가 있었는지, 그 말이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사람이 늘고 있는데 조직 운영의 기준은 그대로인가요?
핵심 인재의 퇴사나 반복되는 역할·소통 문제를 겪고 있다면, 퇴사 통보를 받은 뒤 원인을 찾기보다 지금 구성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부터 ‘가슴과 머리를 모두 열고’ 살펴보세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조직 현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